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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 4년차 봉직의가 바라본 개원가  Dr_J 


요즘 들어 의료계의 현실과 도미에 대한 고민의 글들이 많이 보이네요.
그리고 치열한 댓글 논쟁도 보이구요.
몇차례 망설이다가 저같은 사람의 넋두리라도 끝까지 읽어줄 분이 있을거라 믿고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제 글은 "개원가를 아직 접해보지 못한 저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후배님들을 위한 개원가 맛보기" 정도라고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확한 사실의 기술이라기 보다는 한정된 경험을 바탕으로한 주관적 해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시각과 다르다고 해서 불편한 댓글로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키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먼저 제 정체성을 밝힙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걱정이네요.

저는 전의총 지지자 입니다.
저는 타고난 grumbler입니다.
저는 주변에서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 매우 이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01년도에 졸업하고 FM 전공 후 개원가에 햇수로 4년째에 몸담고 있습니다.



<하나의 의료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북하게 들렸을 수도 있지만 현재의 의료계는 이질적인 직업군의 집합체일 뿐입니다.

대학병원 staff들은 외래,입원환자,연구,학회와 같이 정신없이 바쁜 "현실"에 묶여 있습니다.
개원가에선 상아탑에 갇혀계신 고귀한 양반들이 "의료계의 현실"은 나몰라 한다고 욕합니다.
개업의는 좀 더 싼 월급을 주고 내 몸처럼 일해줄 봉직의를 원합니다.
하루 70명 보는 개업의는 차등수가제를 강화해서 150명씩 몰리는 경쟁의원 환자 일부를 자기가
나눠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직의는 하루 200명씩 오는 의원에 있다보니 개원하면 나도 환자를 이렇게 볼 수 있으리라 믿고
개원 자리를 알아봅니다.
피부과 의사는 마치 피부과인냥 간판 내걸고 비보험 진료하는 피부 클리닉들이 눈에 가시입니다.
펠로우는 박봉에 그야말로 교수 따까리는 다해야 하는 처지지만 막연한 미래의 staff 자리를 위해
"희망고문"에 몸을 맡깁니다.

이들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관계가 다를 뿐더러 실제적으로 노출되어 체감하고 있는 의료정책의
강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상적으로 이들은 한목소리를 내는 하나의 의료계여야 하지만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 충실히 순응해 있으므로 하나의 일체감과 공통된 목소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건강보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개원가에선 많은 이들이 한국 의료계의 미래를
극히 부정적으로 보지만 암센터,검진센터 증축,지방 분원 등 확장 일변도에 있는 대학병원에 고용되어
신분이 보장된 의사들은 급여가 매년 인상되고 실제로도 자신의 일과 학문적 성취도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개원가보단 부정적 시각의 정도가 훨씬 덜하다는 사실입니다.



<보험과 개원은 물론 봉직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저는 수련 이후 첫해에 하루 200명 이상 오는 물리치료 의원에서 이듬해엔 미용진료를 주로하는 의원에
각 1년간 있었고 지금은 노인 요양병원에 봉직 중에 있습니다. 전문의를 따고 애초에 연구,교수 이런 것에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었던 저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막연히 봉직생활 몇년하다 개업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개원가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4년간 느낀 점은 보험진료과들이 저수가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100명이상 보는
의원들은 여전히 잘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은 현재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리라는 것 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100명, 200명씩 보는 의원 원장님들 대부분은 적어도 나보다 선배들 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의 저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보다 한참 선배일 수 있지만 아직 저조차 보험과로 새로 open해서
잘된다는 곳을 들어 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몇년전 우연히 술자리에서 합석했던 저보다 졸업 5년 선배 내과의사는 하루 40명 보는 의원을 몇년째
눈물을 머금고 유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얼마전 이비인후과
친구 한녀석은 하루 70명 보는 의원을 권리금 주고 인수할 예정이라더군요. 서울 시내에 이런 곳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인데 녀석은 참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 분명합니다.다만 의료 브로커에게 사기 당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긴 합니다.

현재 분명한 또 하나의 사실은 기존의 봉직의들이 개원을 통해 자리를 비워주지 못하고 새로이 개원하는
병의원 수가 예전보다 확연히 줄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개원은 커녕 좋은 취직 자리 구하기 조차
어려워 진다는 것입니다. 메디게이트 구직란만 보더라도 최근의 취직 자리 추세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10년후 봉직의 페이는 지금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현재수준으로 유지되어 있더라도 물가상승률은 고려하면 답이 나옵니다.
오를리는 없습니다. 봉직의 시장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몸값이 정해지거든요.
제가 일하던 병원에 제 뒤로 들어온 선생님은 보드 따고 첫해 배운다는 명목으로 저보다 200만원 가량
적게 자진해서 받ㅣ로 해서 저를 놀라게 했고 다른과 봉직의 페이도 서서히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다 제 또래 혹은 후배 의사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비급여는 생각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다>

그럼 흔히 말하는 비급여(비보험) 진료는 어떨까요?

보험진료과에서 하는 비급여 진료는 크게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입 증대가 가장 주된 목적이지만 동시에 환자 이탈을 막는 역할을 기대해 보기도 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점빼고, 태반주사 다 하고 있는데 나만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던 예전에는 비보험 진료라 해봐야 영양제 주사가 고작이었지만
보험 진로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수입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의사 스스로 혹은 의사를 통해 매출을
올려야 하는 제약회사,의료기기 회사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 만들어 내게 됩니다.

어떤 아이템이 처음 시장에 나온뒤 얼마간은 반짝 고수가로 매출에 일조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너도 나도 달려 들기 때문에 그 수익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이전보다 훨씬 짧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비급여 시장입니다. 각종 미용학회에서 뭔가 그럴듯한 아이템을 가지고 심포지움을
열어 회원들의 쌈지돈을 모으고 있을 때면 이미 선두 주자는 이 아이템에 대해 충분한 수익을 먹고
다른 아이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로 뒤늦게 비급여 시장에 뛰어 들수 밖에 없을 때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덤핑입니다.
신규 개업 의원들일수록 인지도나 입지에서 밀리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싸게 시술을 해야
고객을 유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싼 돈 들여온 기계나 장비를 그저 놀리는 것 보단 차라리 싸게라도
일단 시작하면 단골이 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일 수도 있구요.
하지만 이 덤핑이 다른 지역에까지 퍼져 전반적인 시술 가격을 하락 평준화시키는 데는 채 몇개월이
걸리지 않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수만명 이상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포털사이트들의 피부,성형 카페를
통한 시술 가격 정보 교환 및 의원들의 지속적인 가격경쟁 인터넷 광고가 그 주된 원인입니다.

제가 2년전 했던 제모 시술만 봐도 당시 겨드랑이 제모는 5회 10만원선이 평균가였지만
지금은 3회 3만원, 심지어는 3회 5만원이 기준가(!)가 되어 있네요.
이들은 역할은 어느새 이익 창출에서 3-40만원짜리 종아리 제모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종아리 제모가 몇년전에는 얼마였는지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기기값이 싼 CO2 laser를 이용한
점,사마귀,쥐젖,지루각화증 제거는 이제 개당 천원하는 곳도 수두룩하네요.

의료기기 업체에서 뻥튀기로 높여 부른 가격으로 수천만원을 투자한 레이저 장비는 기종에 따라 수천 혹은
수만번의 샷 후에 수백만원의 돈을 주고 레이저 헤드를 교체해야 하는데 감가상각은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하루에 몇명씩 종아리 제모를 쉬지 않고 해야 그 투자비 원금 만큼이라도 회수할 수 있을까요?
왠만큼 잘되는 레이저 클리닉 아니면 본전도 뽑기 어려울 듯 합니다.

라식 수술이나 임플랜트 가격은 굳이 의사가 아니어도 몇년새 얼마나 가격이 내려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술력의 발전에 따라 월등한 성능의 반도체를 더 싼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전자업종과는
약간 양상이 다릅니다. 비보험 서비스의 내용은 거의 변함이 없지만 덤핑으로 인해 영업마진률만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개원가에서 개수가라 불리는 보험수가를 만회해야 할 비보험
수가는 덤핑으로 이미 보험수가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못한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2년전 전의총 창립대회 때 옆자리에 앉으셨던 저보다 2년 선배셨던 안과 선생님은 라식 기계 리스
비용을 감당하려면 매일 적정 건수 이상을 시행해야 하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 중심가 개원은 꿈도 꾸지 못하고 지방에서 봉직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미루어 짐작하건대 요즘 네이버 전면에 광고를 내는 라식 전문 안과와 같이 어마어마한 광고 비용을
댈 수 있는 곳이라면 그정도는 너끈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 탄탄히 자리 매김을 했거나
적어도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큰 투자 리스크를 안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뭐 모든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따지자면 당연한 귀결이지만 뒷맛이 많이 씁씁한 현실입니다.



<피안성은 해외 고객 개척중>

비보험 시술만을 시행하는 성형,안과,피부과는 덤핑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초기 시설,인테리어 투자 비용 및 인건비, 유지비, 광고비용이 일반 보험 개원과는 비교도 안되게
엄청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요즘 단독개원은 거의 꿈도 못꾸도 공동 개원 내지는 투자를 받는 형식으로
개원이 주로 이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구정에 즐비한 피부,성형외과 중에 2년이상 버티는 곳이
절반이 채 못되는 사실은 이제 그닥 놀랍지도 않습니다. 제 집사람이 *버*어라는 검색광고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었기 때문에 그곳 검색 광고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검색 광고에만 매달 최소 3-4천만원의 기본 비용을 써야 하지만 오히려 압구정동 성형외과의 경우
시술비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지방보다 싼 곳이 많다는 사실은 이들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제반 경비상의 문제로 시간을 더 끌고 버티면 단골 고객이 늘어나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변동이나 경영상의 문제로 문을 닫고 다시 봉직의로 돌아가는 피부과,성형외과 선생님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부 미용의 경우 대부분 프랜차이즈 의원으로 리스크를 줄여
개원하는 형태가 주류였는데 요즘(기껏해야 몇년 지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다행히도(!) 비급여 수술을 하는 성형외과,안과,치과,정형외과 등은 한정된 파이를 두고
박터지게 싸우는 것 외에 파이 자체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해외 고객 유치입니다.
실제로 많은 중국,일본,러시아 환자들이 여행 경비까지 고려하여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급여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으로 오고 있습니다. 얼마전 만난 성형외과를 공동 개업한 형도 중국인 환자를 많이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대규모 병원급에서만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던 해외 환자 유치는 어느새 로컬
피안성에서도 중요한 매출원이 되어 있습니다.



<통닭집과 의원>

동네 골목마다 통닭집이 못해도 두세개씩은 있습니다.
놀랍게도 분명히 새로 생긴 후발주자 임에도 기존의 통닭집들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거나
오히려 앞서 나가는 곳이 있습니다.

작년에 저희 동네에 티*치킨이라고 생겼습니다. 다른 통닭집 한마리 조금 넘는 돈으로 두마리를
먹을 수 있었고 먹어 보니 기존에 먹던 둘*치킨보다 맛있어서 그 집으로 단골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그뒤로 15번 시켜먹으면 한번(두마리) 공짜로 준다는 할인권을 나중에 슬그머니 만원 할인으로
바꾸더니 기존 가격도 1000원씩 두차례에 걸쳐 슬금슬금 올리더군요. 아마 처음 가격으론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나 봅니다. 아니면 무사히 시장 진입을 위한 초기 고객층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덤핑 전략을 펼쳤는 지도 모르겠네요.
신사동에 고추치킨으로 유명한 한잔의 **이라는 시끌벅적한 시장통 분위기의 대박 통닭집 옆에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늑하고 고급스런 치킨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한번 가봤더니 생각보다 맛있고
분위기도 좋더군요. 가격이 조금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20대 중후반 여성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틈새 시장을 제대로 공략한 셈이죠.아직까지 잘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규 개원한 보험진료 의원이 이 통닭집들처럼 서비스의 품질이 좋고 마케팅 전략을 잘짜면 살아 남을수 있을까요?

병의원에서 서비스 공급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본인부담금 할인이라는 변칙적이면서도
자기 파괴적인 방법 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 통제하는 공산품이라 가격을 올릴 수는 없으니까요.
조금 팔리면 완전 손해지만 다행히 많이 팔리면 이득이 좀 남습니다.

문제는 보험진료 의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통닭의 맛처럼 만큼이나 큰 차이를 내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이 병원에서 감기약을 먹으나 저 병원에서 먹으나 시간 지나면 어짜피 대부분 낫는 것이고
약처방이 대부분 거기서 거기거든요. 혈압이나 당뇨환자는 환자들이 의사에게 바라는 것은 정말 친절한
상담이라기 보다는 그냥 처방전이나 빨리 뽑아 달라는 정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처방전 리피트에
서비스의 질의 차이가 있을 리 없습니다. 또한 요즘 대부분의 의사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고
병원 인테리어도 왠만한 수준 이상은 되기 때문에 이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통해 환자수를 늘리려고
생각한다면 그건 뭔가 초점을 잘못 맞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것들로는 이미 탄탄한 환자풀을
가진 경쟁 의원으로부터 비교우위를 만들기가 너무나 어렵거든요.

반면에 오래된 단골환자와 한곳에 오래 개원해 있던 의사간에는 이미 좋은 rapport가 형성되어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한 높은 의료 서비스 만족도는 신규 개원의원으로의 환자 이동을 차단하는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운좋게 가뭄에 콩나듯이 나는 하루 70명씩 보는 자리를 권리금 3000만원에 주고 인수한
제 친구는 기존 환자 pool을 기반으로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잘하면 수년내에 100명까지 환자수를
늘릴 수 있겠지만 아마도 거기까지가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경쟁의원들도 놀고 있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개원가의 미래는 밝지 않다>

결론적으로 문제는 정부의 보험 정책과 매년 과다 배출되는 의사수에 있습니다.
한정된 보험재정을 가지고 보장성은 계속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계속되어온 의료수가 억제 및
새로운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고 매년 그래왔던 것처럼 많은 후배들이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개원가로 뛰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에서 수많은 머리 좋은 공무원들이 외국 통계/논문,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의료비 절감 만을 목표로 새로운 제도 및 규제를 자꾸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잘나가는 의원이 앞으로 10년,20년 뒤에 비슷한 수입을 보장 받기는 힘들다는 것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 보험진료과 의사들은 개원의에게 고용되어 봉직의 생활에 묶여 있거나 희박한 성공가능성 뒤에
숨은 부채의 늪을 알지 못한 채 성급하게 개원하였다가 많은 부채를 떠안고 다시 봉직생활로 돌아가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매년 배출되는 내과,가정의학과 전문의 수만 1000명이 넘습니다. 일부는 보드를
딴 뒤에 군대로,펠로우로 가겠지만 엄연히 가장 많이 향할 수 밖에 없는 곳은 개원가 입니다. 개업을
꿈꾸는 내과,가정의학과,소아과,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 개원가는 한마디로 과포화 상태입니다.좋은 대학을
나오거나 펠로우까지 마쳤다면 봉직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개업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만약 자신의 소득 수준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인술을 펴길 원한다면 개원가 보다는 인의협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이 미국보다 돈 벌기 쉽지 않다>

저는 아직 봉직 생활 중이라 주변에 개업하신 분들이 정확히 얼마 버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과를 전공한 친구들을 통해 봉직의 페이 시세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 의사들이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통계 수치를 통해 그리고 몇 명의 미국 의사에게 들은 바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는 있습니다.

제가 미국 observership동안 hematology fellow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 중에 이번에 fellowship 마치고
나가는 사람중에 35만불을 받고 토요일까지 입원환자 콜을 받는다면서 좋지않은 workload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한국 개원가에서 가장 잘나가는 내과 GI fellow 바로 마친 분도 세전으로 미국돈 25만불에
해당하는 pay를 받기 쉽지 않습니다. 하루 외래 환자 100여명 훌쩍 넘게 보고 입원환자도 보고 동시에
위대장 내시경도 하루에 몇개씩 하면 그정도 주는 자리가 서울 근교를 좀 벗어난 곳에 있습니다.
하루종일 내시경만 하는 검진센터 의사 페이 수준은 주변에 하는 분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얼마전 fellow 마치고 정형외과 봉직을 시작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 페이는 제가 3년전에 들었던
정형외과 봉직 페이보다 조금 적더군요. 세전으로 따진 다면 제가 아는 미국 general practitinoer의
평균 pay의 상한선보다 조금 넘게 받는 것 같습니다. 아마 미국 정형외과 의사 봉직의가 들으면 웃을 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위에서 예로 말씀드린 것은 모두 실질 수령액을 세전으로 환산한 것입니다.
한국에서 봉직의들이 받는 net pay제를 안다면 아무리 미국의사가 세금을 많이 내고 보험을 내고
뭐 생활비가 비싸고 뭐니 해도 한국 봉직의는 결코 미국 봉직의보다 더 많이 받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잘되는 한국 개원의 vs 미국 개원의...
어짜피 좋은 위치에서의 개원 자체가 현재 거의 불가능한 마당에 과연 이런 비교가 의미가 있을까요?

20여년 전만해도 개원해서 3년이면 빚 다갚고 입주해 있는 3-4층 건물은 살 수 있었다고 하고
10년전 의약분업 당시 개원 러쉬가 지속되던 첫 수년간만 해도 개원 성공이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신규개원으로 비비고 들어갈 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니 개원을 통해 이미 여러분
보다 한참 전에 개원에 성공해 하루 백수십명 이상씩 보는 보험과 원장님이나 잘나가는 비보험 클리닉
원장님과 같은 수입을 원한다면 타임머신 혹은 마크 주커버그와 같이 시대를 앞서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개원가에 있는 많은 의사들이 현실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지만 불만족의 정도가 다릅니다.
또한 현실에 좌절했다고 해서 모두가 도미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그 사람이 처한 환경과 이데올로기에 크게 좌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지금 계속 거론되고 있는 총액 계약제,무상의료는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무상급식 서울시 조례안에 대한 주민 투표를 통해 사실상 승리한 야당은 다음 대선에서도
이미 재미를 본 무상 3종세트를 들고 나올 것이고 여당에서도 보수층의 표를 잃지 않으면서도 서민층의
민심을 고려한 그럴 듯하게 변형된 무상 시리즈를 들고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군가 돈을 더 부담해야 하는데 정부,국민 모두 돈을 낼 여유도 이유도 없는 듯 보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의료 공급자의 몫이 될 공산이 가장 큽니다.



이상은 보험진료과 일개 봉직의가 비관적으로 바라본 현재 서울의 개원가 상황입니다.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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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이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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